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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스크랩/이명박 정책

[사설]외환시장 불안 부추기는 정책 불신 (10.4)경향신문 사설


[사설]외환시장 불안 부추기는 정책 불신
입력: 2008년 10월 04일 0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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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달러 유동성 위기로 번지면서 우리의 외환 곳간은 안전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퍼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치솟기만 하고,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상황이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시장의 불안감이 외환 곳간 걱정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거듭 밝히는데도 시장은 곧이 듣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곳간 논란은 환율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시장 간의 불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시장은 곳간의 실탄을 문제 삼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396억7000만달러이고, 올 4월부터 6개월간 225억5000만달러가 줄었다. 감소분이 대체로 환율 방어에 쓰였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환율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있고, 은행과 기업들은 달러화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정부가 달러화 공급용으로 외환 곳간에서 50억달러를 빼내 풀기로 했지만 한 달을 버티기 빠듯하다고 한다. 더구나 시장에선 곳간의 실탄이 170억~80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와 한은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지만 시장은 불신한다.

우리의 기초여건을 고려할 때 외환시장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만 유독 외부 충격에 약하고 위기설이 이어지는 현실을 시장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불확실성이 커질 때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그런데 시장은 정부가 더 헷갈리게 만든다고 말한다. 잘못된 환율정책으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낙관론만 펴는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외환 시장의 곳간 걱정은 정부 불신이 시장의 동요를 증폭시키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천금의 무게를 지녀도 부족할 외환당국의 말이 시장에서 허풍이거나 엄살로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위기다. 정부가 위기라고 호들갑을 떨어서야 안되지만,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금융위기 대처를 잘했다는 식의 자화자찬과 낙관론만 늘어놓는다면 시장의 신뢰는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