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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스크랩/이명박 정책

강만수 다시 '위기론'…보름 전 '낙관론'은 어디로? (10.6)프레시안

강만수 다시 '위기론'…보름 전 '낙관론'은 어디로?
  널뛰는 리·만 브라더스…"금융위기, 실물경제로 파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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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시 '위기론'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강 장관은 6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물경제에 금융위기가 퍼져나갈 것으로 보고,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름전 "실물 위기" 언급한 이성태 총재에겐 '경고'
  
  강 장관은 이날 발언은 미국 금융위기가 막 시작된 직후인 지난달 17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과 똑같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실물 쪽은 이제 막 시작됐다. 앞으로도 어려운 시기가 조금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재의 이 발언에 대해 한승수 국무총리는 "시장에 혼란을 준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미국 4위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본격화된 미국 금융위기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우리 경제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우리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강 장관 역시 "무리 없이 위기를 이겨나갈 수 있다", "우리나라 외환시장과 환율은 다른 나라보다 안정돼 있다"는 등 '낙관론'을 이어갔다.
  
  재정부, 성장률 전망도 '고무줄'
  
▲ 국정감사 첫날을 맞아 6일 오전 정부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강만수 장관이 한 간부로 부터 자료을 건네받고 있다. ⓒ뉴시스

   이런 강 장관의 '낙관론'이 '비관론'으로 돌변한 것은 6일 국회 국정감사를 즈음해서다. 한나라당까지 나서서 강만수 경제팀의 외환정책 등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자 미국발 금융위기의 위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강 장관은 6일 오전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심화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더욱 증폭되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해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미국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조했다. "미국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 대통령 말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재정부는 이날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도 당초 전망했던 4% 후반대보다도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며, 실물경제로 전파되면서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성장률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재정부는 '중기 국세수입 전망'을 발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09년 5.0%, 2010년 5.4%, 2011년 6.0%, 2012년 6.8%로 수직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선 직접적 언급이 없었지만, 6일 강 장관의 밝혔던 것처럼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을 전제로 할 경우 이처럼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는 힘들다.
  
  지난 열흘 동안 재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에 영향을 줄 만한 외부 조건의 변화는 없었다. 따라서 성장률에 대한 강만수 경제팀의 전망이 이처럼 뒤바뀐 이유를 찾기 힘들다. 대대적인 감세를 밀어붙이기 위해선 낙관적 전망이 필요했고, 정치권 등 외부 질타를 회피하기 위해선 비관적 전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얄팍한 술수'를 제외하곤 말이다.
  
  위기론→낙관론→다시 위기론
  
  이명박 정부가 위기론을 언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7개월 만에 위기론과 낙관론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있는 형편이다.
  
  낙관론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대통령이 위기론의 최전선에 섰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이런 위기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어쩌면 세계 위기가 시작된다는 생각도 든다"고 처음으로 '위기론'을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촛불집회로 첫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바로 이 시점에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면 영영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선진국에 진입하느냐, 하지 못하느냐하는 그야말로 역사의 분기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촛불집회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6월 30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쇠고기와 남북 문제에 가려 경제상황이 주목을 끌지 않지만 지금 경제는 국난(國難)적 상황"이라면서 '국난'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해 위기론을 설파했다.
  
  강만수 장관 역시 7월 8일 "위기를 위기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협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위기론'을 이어갔다.
  
  이처럼 '위기'에 민감했던 이명박 정부는 정작 '9월 위기설', 미국발 금융위기 등 외부 환경 악화에 대해선 둔감했다. 이 대통령까지 나서서 '호재'라는 식으로 낙관론을 이어갔다.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인 측면도 있었지만, 정부의 이런 근거 없는 낙관론은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근거 없는 낙관론이 '말'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미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가 금융 규제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만 혼자 금산분리 완화, 파생금융상품 활성화 등 금융규제 완화를 고집하고 있다. 또 "외환 보유고는 넉넉하다"며 불필요한 외환시장 개입도 서슴지 않고 있어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강만수 장관을 필두로 이명박 정부가 다시 '위기론'에 불을 붙였지만, 정책 노선의 변화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앞서 촛불집회를 전후로 '위기'를 얘기하면서도 이명박 정부는 감세, 규제완화, 성장으로 이어지는 위기에 걸맞지 않는 정책 노선은 포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