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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스크랩/이명박 정책

경기불황 속 젊은이들의 마지막 선택-자영업(9.29)한국일보

부나방떼 같은 소규모 창업 행렬… 실패하면 빈곤층 추락
[장삿길로 떠밀리는 젊은이들] 손쉬운 소매업에 집중 벤처 도전은 안해

유병률기자 bryu@hk.co.kr  
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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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 대목. 중소기업청은 지난 24일 “정부 지원으로 성공한 대학생 창업 사례를 추천해달라”는 본보 취재진 요청에 해산물을 판매하는 한 온라인 쇼핑업체를 적극 추천했다.

모 대학 창업동아리가 만든 이 업체는 해산물을 산지 직판장에서 떼다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다. 중기청의 우수아이템으로 선정돼 창업 지원도 받았다.

정부조차 청년창업 지원과 관련해 자랑할 거리가 온라인쇼핑 말고는 뚜렷한 게 없다는 것이 현재 청년창업의 현실이다. IT와 제조업의 벤처 정신은 사라지고, 자영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자영업의 경우 창업이 쉬운 만큼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취업이 안돼서, 혹은 직장이 눈높이에 맞지 않아 자영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저임근로자로 추락할지 모를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음식점, 도소매점으로 몰리는 젊은이들

통계청 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20, 30대 도소매업 종사자는 2006년 162만명에서 2007년 170만명으로 증가했다. 가게를 차려 장사를 하거나, 남의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젊은이들이 1년 사이 8만 여명 늘었다는 얘기이다.

20, 30대 전체 취업자는 18만 명이 줄었지만, 오히려 도소매업 취업자는 증가한 것. 음식업과 숙박업에 종사하는 20, 30대도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60만 명이 넘는다.

이 결과 2007년 기준으로 20, 30대 전체 취업자 가운데 22.5%가 도소매업과 음식ㆍ숙박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5명 가운데 1명 꼴이다. 한국음식점업중앙회 관계자는 “커피전문점이나 호프집 같은 주점을 차리려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며 “그러나 폐업률 역시 높다”고 말했다.

반면 제조업이나 IT 분야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개인맞춤형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자드웍스 표철민(24) 대표는 “요즘 IT 창업이 거의 전무하다”며 “대학생들이 겁을 먹고 프랜차이즈 점포 창업만 하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프랜차이즈로 먹고 살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한국 최연소 창업기록자인 표 대표는 2000년 중3 때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를 설립, 3개월 만에 매출 1억원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세계적 IT전문매체로부터 아시아 ‘200대 유망 벤처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용보증기금 창업성장지원부 이건수 차장도 “젊은이들이 요즘 벤처에 도전하지 않는다”며 “대부분 음식이나 소매쪽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 시장, 신분하락의 위험 높아져

많은 젊은이들이 취업 시장을 우회해 자영업 시장으로 몰리는 것은 기업에 취직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진입이 쉽다는 점에 기인한다. 그러나 자영업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한국의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 종사자 비율(31.8%)은 선진국 가운데 자영업이 가장 발달된 일본(14.6%)의 2배에 육박한다. 더욱이 한국의 자영업은 전형적인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

국세청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81만 명이 새로 문을 열고, 75만 명이 문을 닫았다. 1명이 창업하면, 1명이 문을 닫아야 하는 구조다. 한쪽에서는 기업 퇴직자 등의 진입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다른 쪽에서는 경쟁에서 밀린 기존 자영업자의 퇴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연구원 남재량 연구위원은 “자영업은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실업수당이나 재취업을 위한 교육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며 “문을 닫는 순간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젊은이들의 창업이 많은 도소매업과 음식업은 전형적인 ‘레드오션’이다. 한국음식점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1~5월 서울에서 새로 문을 연 음식점이 4,101개인 반면, 명의를 변경한 업소가 6,240개, 휴업 상태인 업소 2만6,925개, 폐업한 업소가 3,219개에 달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3억원을 투자해 번듯한 식당을 차렸다가 실패하면 5,000만원 내외의 치킨점을 운영하고, 여기서도 실패하면 택시기사 등 저임근로자로 추락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층은 경험도, 철저한 시장분석도 없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신분 하락의 위험이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