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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스크랩/이명박 정책

“이 대통령, 강장관 불러 ‘꼭 관철시켜야’ 말해” (9.25)한겨레

“이 대통령, 강장관 불러 ‘꼭 관철시켜야’ 말해”
종부세 개편안 누가 밀어붙이나
재정부 고위직, 여당 의원들에 “청와대 특별지시”
핵심지지층 배려 성격…종부세 부과일정도 감안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맨 왼쪽)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임태희 정책위의장에게 보고사항이 있는지 묻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말 많고 탈 많은 종부세는 누가 주도하고, 왜 밀어붙이는 걸까? 종부세 개편의 후유증이 커지면서 이런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 종부세 완화 누가 주도?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종부세 개편을 손수 챙긴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과표기준을 9억원으로 올리는 데 부정적인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당내에서도 논란이 많은 세제개편안을 정부가 왜 이렇게 밀어붙이는지 궁금해 과정을 알아보니, 대통령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직접 불러 ‘꼭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대통령의 측근들은 ‘정권의 핵심 정책 처리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대통령한테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당이 종부세 완화 방안을 놓고 “서로 네 탓”이라며 미루는 모습도 이런 의심에 개연성을 높인다. 기획재정부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따라 과표기준을 상향조정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에선 정반대 얘기가 나온다.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정부와 당의 ‘온도차’에 관해 “오히려 당이 정부보다 좀더 신중히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김정권 원내부대표도 “당론도 없었는데 뭘 정부에 요구하느냐”며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대폭 완화를 주장한 쪽이 당도 정부도 아니라면 결국 청와대일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논리가 성립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공무원은 종부세 세제개편안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찾아가 “청와대에서 특별지시하는 사항”이라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왼쪽)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왜 밀어붙이나? ‘현행 종부세는 잘못됐다’는 이 대통령의 믿음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종부세는 ‘잘못된 징벌적 과세’로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있다면 그걸 바로잡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이 대통령의 인식이 엿보인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 대한 ‘배려’ 성격이 짙다. 지난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나타났듯 종부세 대상자가 많은 서울 강남 3구는 이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 가운데 하나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중산층 상당수가 종부세 대상이 아님에도 이명박 정부를 대선·총선에서 지지했던 건 ‘나도 집값 폭등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욕망에 대한 코드를 맞췄기 때문”이라며 “(이번 조처는) 나도 종부세 대상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자극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종부세 대상자는 1~2%밖에 안 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종부세 완화에 대한 찬성률은 20~30%에 이른다.

이제 겨우 ‘촛불’ 국면에서 간신히 벗어났는데, 종부세 인하를 이 시기에 급하게 추진하는 데는 행정·입법 일정 등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미 대규모 감세 법안을 발표한 상태에서 종부세만 내버려두면 전체 조세체계상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입법안을 제출하려면 더 늦출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또 최근 강남과 분당의 집값이 하락했음에도, 과표적용률 상향조정으로 올해 내야 하는 종부세는 지난해보다 더 올라간다. 이들에 대해 ‘내년에는 내려간다’는 심리적 위안을 심어줘야 하는 시기적 절박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론의 역풍이 거세자 청와대 안에서도 일부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종부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갑자기 높이는 등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책은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가다가 막히면 우회해야지”라고 말해, 논의 과정에서 일부 양보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이 일부 바뀌더라도, 종부세 인하 논란으로 더욱 커진 이명박 정부의 ‘부자 프렌들리’ 이미지는 쉽게 바뀌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권태호 이유주현 송호진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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